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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분석/국내 축구 분석

[전술 분석] K리그1: FC 서울이 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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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축구 이야기 | 정유석] 3승 1무 8패 11위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 중인 서울, 역대 최악의 페이스다. 지난 다섯 경기에서 최하위 인천전을 제외하고 승리가 없다. 게다가 12위에 내려앉아있는 인천이 리그에서 승리는 없으나, 11위 서울과의 승점 차는 6점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이 향후 인천의 반등에 따라 강등의 위협을 받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출처: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지난 18일 펼쳐졌던 포항전에서는 전반 후반 선제골을 넣으며 기나긴 부진을 끊는듯싶었으나 후반 3실점을 허용하며 홈에서 1대3 완패했다. 평소 수비적 운영을 즐기는 최용수 감독의 서울이었기에, 선제골을 넣고 자신들의 축구를 펼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왜 역전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해보았다.

- 역습과 선수들의 전환 속도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포항전에서 기존에 보여줬던 파이브백이 아닌 4-4-2 체제를 선보였다. 평소 서울이 펼쳤던 수비적 운영보단 조금은 공격적인 운영을 펼치지 않을까 예상했다. 부산이 강원에 4-4-2 체제를 갖고 강하게 압박하고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존의 색채를 버리지는 않았다. 전방 압박보단 후방에서 안정된 수비를 도모하며 윤주태, 조영욱을 이용한 빠른 역습을 노렸다. 특히 조영욱과 윤주태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포항의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으로 포항을 괴롭혔다.

이러한 서울의 공격적 특징은 좋았던 점이라고 뽑을 수 있겠다. 그러나 조영욱과 윤주태 두 공격수만이 빠르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해 역습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이를 미리 알고 서울의 역습 시 빠르게 수비로 전환해 많은 수비 숫자와 안정적인 수비 형태를 갖추는 포항에 효과적인 역습을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후반전 오스마르가 빠지고 알리바예프가 투입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오스마르는 매우 느린 축에 속하기 때문에 역습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다. 따라서 알리바예프라는 빠른 중앙 미드필더를 투입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고 역습 시 공격 숫자를 늘려주는 효과를 얻기 위함이었다.

 

- 세컨볼에 대한 집중력

서울 선수들의 리바운드 볼에 대한 집중력은 최악이었다고 자신한다. 공중볼 경합은 서울이 26개를 성공했고 포항이 28개를 성공하며 어느 정도 비슷했으나, 경합 후 만들어지는 세컨볼을 따내는 능력은 서울이 현저히 떨어졌다. 

포항은 서울이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을 미리 알고 횡적으로 길게 주고받는 롱패스, 전방의 일류첸코를 향한 롱 킥을 이용해 공격을 시작했다. 따라서 공중볼 경합도 중요했지만, 그에 이은 세컨볼까지 잘 따내야 했다. 그에 대한 움직임이 포항 선수들은 훌륭했다. 강한 몸싸움과 위치 선정 능력으로 세컨볼을 많이 따냈다. 

그러나 서울은 자신들의 패널티 박스 안, 수비 지역 등 자신들이 수적으로 우세인 위치와 실점할 수 있는 곳에서까지 세컨볼을 헌납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수비 시 세컨볼을 제대로 따내지 못하면 계속해서 수비만 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는데, 바로 서울이 그랬던 것이다.

 

- 압박

골 못 넣는 팀, 피지컬이 약한 팀, 기술이 떨어지는 팀과 같이 단점이 존재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축구를 잘 만들어내면 이긴다. 적어도 지진 않는다. 그런데 압박을 제대로 못하는 팀이 이기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서울이 그랬다. 압박을 못했다.

서울은 불규칙적으로 포항의 빌드업 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두 명의 스트라이커 조영욱과 윤주태는 각각 센터백들을 압박하고, 윙어 김진야와 고요한은 포항의 풀백 그리고 오스마르와 주세종은 포항의 중앙 미드필더들을 압박했다. 일대일 마크 형태로 더욱 강하고 타이트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 선수들은 자신이 압박해야 하는 포항 선수가 볼을 잡았음에도 1~2초 후 압박하던가, 압박의 강도가 약했기에 포항의 빌드업을 제대로 방해할 수 없었다.

이는 서울의 최종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 사이의 공간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서울은 전방 압박 시에도 빠르고 피지컬 좋은 포항의 공격진을 의식해 최종 수비 라인은 높게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전방 압박을 펼치러 높은 하프라인 이상까지 올라가놓고 제대로 압박을 펼치지 못한 투톱과 미드필드 라인에 의해 포항은 보다 자유롭운 빌드업을 통해 벌어진 서울의 최종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에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후방에서 수비를 펼칠 때에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서울의 수비라인은 계속해서 벌어졌다. 라인 사이 공간뿐만 아니라, 미드필드 선수 사이 공간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90분 내내 서울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좁은 수비 라인을 만들고 그 수비라인 전체가 함께 볼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좁히질 못했다. 따라서 라인, 선수 간 간격이 계속해서 넓게 벌어졌다. 따라서 서울 선수들은 포항 선수가 볼을 소유했을 때 강하게 압박하고 수비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들로 포항의 동점골 상황 직전 최영준이 볼을 커트해서 자유롭게 중앙에서 드리블할 수 있었던 장면, 역전골로 이어지는 페널티킥 직전 팔라시오스의 저돌적 돌파를 아무도 막아내지 못했던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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