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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분석/국내 축구 분석

[축구 전술]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vs 상하이 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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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축구 이야기 | 정유석] 2010년즈음하여 리그에서 압도적 강자로 군림한 전북은 시선을 아시아 무대로 옮겼다. 그러나 매번 아쉬운 결과에 고개를 저어야만 했다. 때문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10년 되던 해인 2016년엔 선수단과 팬들의 간절함이 배가됐다. 그에 전북 프런트는 겨울 동안 김신욱, 김보경, 로페즈 등의 영입으로 2011년 이후 최강의 스쿼드를 구축하며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출처:전북현대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간절함에 똘똘 뭉친 전북은 시즌을 치를수록 강해졌다. 리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이 보여준 '닥공'에 팬들은 환호했고, 2006년에 이어 10년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그 여정의 가운데에서, 중국의 신흥 강호 상하이 상강을 만났다. 특히 상하이와의 2차전에 보여줬던 전북의 경기력은, 역대 최고의 경기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상하이를 5-0으로 꺾었던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분석했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홈 팀 전북 현대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4-3-3으로 봐도 되는 매우 공격적인 포메이션이었고, 지금 봐도 2선은 역대급이다. 아마 안정적인 경기 운영보다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상하이는 홈에서 0-0 무승부를 거뒀기에, 전북보다는 조금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었다. 때문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전북이 공격을 위해 라인을 올리면 피지컬이 좋은 헐크를 필두로 빠른 역습을 시도할 것으로 보였다.

 

- 전북의 공격적 특징

상하이는 4-4-1-1 형태로 하프라인 아래에서 전북의 공격을 수비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북의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을 위해 윙어인 위하이, 우레이의 수비 가담을 적게 했다. 따라서 촘촘한 수비라인이 아닌, 포백과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거의 수비를 다 했다.

전북의 공격 속도는 매우 빨랐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템포, 패스의 템포까지 매우 빨랐다. 게다가 직선적인 패스를 기회가 되는대로 전방에 보내버리는 엄청나게 공격적인 운영을 펼쳤다.

전북은 이런 형태로 공격을 시도했다. 중앙 미드필더 이재성과 김보경은 한 세트처럼 가깝게 붙어 다니며 서로 볼을 주고받기 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김보경은 수시로 홀딩 미드필더 장윤호의 자리까지 내려와 후방 빌드업에 가담했다. 

특히 전북은 김신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측면을 이용했다. 윙어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가 중앙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와이드하게 움직였고, 풀백 박원재와 최철순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풀백들은 공격가담시 박스 안의 김신욱에게 많은 크로스를 올렸다.

전북은 앞서 이야기했듯, 상하이의 측면을 완벽히 지배했다. 상하이의 윙어들은 수비 가담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했다 해도 수비력이 매우 떨어졌다. 따라서 전북은 측면 공격 시 윙어와 풀백, 또 중앙 미드필더 이재성과 김보경이 측면으로 이동해서 그들과의 연계를 도움으로써 수적 우위를 점하며 크로스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중앙에서 김보경과 이재성이 한 세트처럼 움직였다면, 최전방에선 김신욱과 레오나르도가 한 세트처럼 움직였다. 오른쪽 측면에서의 로페즈, 최철순이 많은 크로스를 올렸을 때 김신욱의 다이렉트 슈팅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김신욱의 머리를 맞고 나온 리바운드볼까지 적극적으로 노리기 위해 슈팅 능력이 뛰어난 레오나르도가 김신욱 주변에 배회하게 만들었다.

또한 측면에서 상하이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 보니, 풀백의 패스를 보다 측면에서 많이 움직이던 레오나르도 혹은 로페즈가 받게 되면 상하이 풀백과 1 대 1 상황이 만들어졌다. 레오나르도, 로페즈는 드리블뿐만 아니라 스피드가 월등했기에, 상하이의 풀백을 측면에서 완전히 제치는 상황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전북은 측면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상하이는 최전방의 헐크와 2선 선수들을 통해 하프라인 근처에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어느 정도 전북의 빌드업을 방해하려 했다. 그러나 전북의 센터백 조성환, 김형일은 빌드업에 능한 선수가 아니었기에 후방에서 짧은 패스와 점유보다 김신욱, 윙어들을 향한 롱볼을 전방으로 많이 올렸다. 물론 롱볼은 공수 간격을 벌어지게 한다는 단점이 존재했으나, 이 점은 선수들의 엄청난 활동량으로 벌어진 라인을 빠르게 좁혔다.

애당초 최전방의 김신욱과 발 빠른 윙어들을 믿고 롱볼을 올려버리는 전북의 전술에, 그들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더 나아가 볼을 빼앗아 역습을 진행하려했던 상하이의 계획은 이뤄질 수 없었다.

 

 

- 전북의 강한 압박

전북은 볼이 빼앗겨 상하이의 역습이 진행된다면, 볼을 가진 선수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피지컬을 통해 강하게 압박하고 빠르게 뺏어냈다. 특히 상하이의 공격 시 볼을 집중적으로 받아냈던 헐크에게 적극적인 파울과 압박을 통해 공격을 계속해서 끊어냈다.

이런 식으로 전북은 공격적 운영을 위해 올린 라인 뒷공간을 방어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수비를 펼친 것이다.

 

- 내가 상하이 감독이었다면

이 글에서 전북의 수비적인 부분은 기재하지 않았으나, 전북은 상하이의 공격 시 윙어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레오나르도, 로페즈가 측면에서 거의 풀백과도 같이 수비하며 상하이의 측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상하이는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거의 없었다. 풀백, 윙어의 파괴력이 뛰어난 전북을 상대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내가 상하이의 감독이었다면, 우선 윙어인 우레이와 위하이의 수비력이 어떻든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시켰을 것이다. 만일 전북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수 없다면, 센터백들이 김신욱을 향해 롱볼을 올리는 단조로운 공격밖에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김신욱에게 교묘한 파울 같은 행위로 그가 제대로 공중볼을 따낼 수 없도록 만들라고 중앙 수비수 혹은 미드필더들에게 지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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